나는 무엇으로 일하는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모두들 느껴 보았을 것입니다.

저는 진짜 기쁘다는 느낌을 몇번 느껴 보았습니다.

[1]
고등학교 때 정말 생각지도 못한 좋은 성적의 성적표를 받아 보았을 때, 재수를 하고 대학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난생 처음으로 장학금이라는 걸 받았을 때 (물론 딱 한번 이었습니다만) 무지 기쁜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순간 저와 기쁨을 같이 나누어 줄 사람이 가족 밖에는 없었습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 동생 정도가 정말 같이 기뻐해 줬던 것 같습니다. 동생과 부모님의 기뻐하는 모습과 걷다가도 혼자 히죽히죽 웃는 것이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지 기쁜 날이었지만, 기쁨의 표현이 제한적인 순간들인 것 같습니다.

[2]
저는 이 때만 무지 기뻐서 방방 뛰었던 것은 아닙니다.

되돌아 보면 이때 못지 않게 기뻤던 때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전교 합창대회에서 우리반이 우승을 했을 때, 고등학교 때 제가 속해 있던 중창단이 무사히 학교 축제 공연을 마쳤을 때, LG 21세기 선발대에 선발 공고에 우리 팀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리고, 직장 생활 2년차 시절 개발자와 디자이너와 며칠 밤을 회사에서 박스깔고 자면서 만들었던 사이트가 오픈 하고 얼마 안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을 때… 이 때도 정말 미치도록 기뼜습니다.

그리고 이 때는 그 기쁨이 혼자가 아니어서 더욱 신이났습니다. 중학교 때는 담임선생님과 우리반 친구들이 모두 같이 방방 뛰면서 햄버거를 먹으로 갔으며, 고등학교 때 그날은 우리 중창단 친구들이랑 눈물나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대학교 이후로는 거나한 술파티가 있었습니다. 그날은 모두가 웃음이 그치지 않았으며, 아픈지도 피곤한지도 몰랐습니다.

[3]
그리고, 사실, 일을 하다가 정말 안풀릴 것만 같은 문제를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로 문제가 해결되어 머리가 가벼워 졌을 때도 저는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어떨 때는 살짝 흥분되서 혼자 사무실 옥상에 올라가서 몇바퀴 돌고 내려온 적도 있습니다. 물론 이건 함부로 좋아하는 티를 내서는 안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가족들마저도 이야기 하기도 뭐하고 누구한테 자랑 하기도 순간들이죠.

세가지 상황 모두 정말 멋진 기쁨을 저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살만난다는 표현이 딱 맞는 순간들이었지요. 제가 무언가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 세가지 부류의 멋진 경험을 다시 해보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1]개인적인 성공, [2]팀이 하나의 팀이 되어 이루어낸 성공, 그리고 [3]내가 뭔가를 알아냈다는 즐거움, 이 세가지가 제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일 것입니다.

이 세가지 유형의 기쁨의 순간은 그 강도와 중독성이 조금은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저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이 세가지 유형의 기쁨의 강도와 중독성을 설명해 보자면,

[1] 개인적인 성공을 거두었을 때는 정말 기쁘지만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지나고 나서 뭔가 아쉬움이 꼭 남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너무 명확하고 분명한 즐거움입니다. 아쉬움이 남아도 그 보상으로 충분히 커버 될 수 있습니다.

[2] 사실 팀으로 거두는 성과에 대한 기쁨은 그야말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강도는 정말 무지 세며, 그 여운이 오래 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진건 기쁨을 마음 것 같이 나눈 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 짧은 경험에 의하면 [1]개인적인 성공에도 무척 많은 도움을 주는 1석 2조의 시츄에이션이죠.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1]개인적인 성공 보다는 일단 단기적으로는 명확하고 분명한 보상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더욱 그럴 때가 많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3] 알아내는 즐거움. 이건 정말 개인 성향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전 꽤나 이걸 즐기는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에서는 뭔가 알아낸걸 기뻐하다가, 혹은 기뻐하는 눈치를 보였다가는 아주 사방에서 태클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쁨은 속으로 느끼되 모른척하는, 그 공을 주변으로 돌리는 센스가 필요한 기쁨의 유형인 것 같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3]번 유형의 기쁨을 즐기는 사람들은 회사원이 아닌 사업을 하거나, 학자가 되야 되는 것 같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솔찍히 세가지 유형의 기쁨의 선후를 가리기 힘든 것 같습니다. 다만, 얼마전 본 ‘미라클’이나 ‘제리맥과이어’를 보면서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던 것을 보면 [2]팀이 하나되어 만들어내는 성공을 다시한번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은 무척 간절 합니다.

2 Comments

  1. wizArD

    당구도…….

    [1] 개인전이기면 살짝 아쉽3. 내가 이겼다고 다른 사람들이 축하를 해주기를 하나…… 죽빵 개인전이면 돈벌어왔다고 와이프나 여친이 좋아할라나?
    [2] 겜뻬이 이기면 이제부터 신나3. 조낸 나누면 배가 되지. 죽방 겜뻬이면 더신나고, 대강 6먹 쌓고 쓰리가락 돌려서 뽀룩으로 들어가면 완전 강강수월해3.
    [3] 혼자 알아내는 기쁨도 쏠쏠하지. 도저히 길이 안 보일때 그 동안 보던 눈과 감으로 안 치던 길로 쳐서 한 점/두 점 뽑는 재미가 장난아니지. 이때 주의할 점은 너무 티내면 안 된다는거. 자칫 뽀룩터졌다고 오해받아 사방의 태클과 비난을 감수해야 된다는 점이…….

    대강 자네 글의 기쁨들과 비슷한 것도 같구만.

  2. 영뮈리

    댓글을 저렇코롬 이해? 쏙되게 쓰는 사람이 누군가했더니
    민대리님이군효~
    근데 민대리님 민대리님 하다보면 민대가리.. 같아 발음 초콤.. ㅎㅎㅎㅎ
    글중에 제일 확 와닿는게 혼자서 히죽히죽 웃으면 길을 걷는 것..
    이게 기억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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