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과 싸움

November 6, 2007 – 2:07 pm / 810 views

논쟁과 싸움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건전한 논쟁을 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참 싸움을 하다보면 왜 우리는 건전한 논쟁을 하지 않을까 의문이 들때도 있습니다. 물론 건전한 논쟁을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논쟁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꼭 자세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논쟁에도 건전한 논쟁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의 가지고 이야기 해서는 논쟁이 될 수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있는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봐야 싸움밖에 안됩니다. 요즘 이기있는 ‘이산’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가 첫째 아들인지 둘째 아들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하고 어떤 논리를 가져다 붙여도 결국 싸움이 되고 맙니다. 사도세자가 태어나기 전에 일찍 죽은 아들이 있었고, 그 다음에 사도세자가 태어났기 때문에 노론이 어떻고 소론이 어떻고 세자 책봉이 어떻고 일찍 죽은 것이 어떻고 이야기 해봐야 결국 싸움입니다. 답은 있고 한쪽은 자신의 잘못된 답을 정답이라 주장하기 위해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가 별로 없을 것 같다구요? 사실 주변에서 논쟁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들 중에서는 이런 경우가 꽤 많습니다. 최근 대선의 뜨거운 이슈인 BBK 문제만 봐도 그렇습니다. 누가 거짓을 이야기 하고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이건 사실이 있습니다. 만약 이명박 후보가 연루 되어 있다고 한다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아니 대통령 할아버지가 되도 사실은 사실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범여권에서 온갖 조작을 하고 비방을 해도 아닌건 아닌 것입니다. 이런 사실에 대해서 아무리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이러한 주제는 건전한 논쟁이 될 수 없습니다.

논쟁도 급이 맞아야 한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해 보겠습니다. 대북 정책을 두고 한쪽 진영에서 대북 지원 방안을 내 놓았습니다. 돈은 어떻게 모을 것이고 지원 하는 방법은 어떻게 하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반대 쪽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돈을 모으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현실성이 없다. 그러니까 대북 지원을 해서는 안된다.

여기에는 어떤 오류가 있을까요? 한쪽에서는 대북 지원을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한쪽에서는 그 방법의 일부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북 지원 자체가 필요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는 끝도 없는 싸움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서로 논점의 다르기 때문이지요.

이 방법은 우리 정치권에서 정말 많이 써먹는 수법입니다. 알고도 그러는 건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모르지만 A당에서 큰 주제에대한 실천 방안을 가지고 오면 그 방안의 잘못된 일 부분을 물고 늘어져 큰 주제 자체를 흐트려 버립니다. 국민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답답할 수 밖에 없지요.

위의 사례와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대북 지원 정책의 구체적인 안을 A당에서 발의를 하고 B당에서는 대북 지원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발의한 구체 안 중에서 지원 시기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이에 A당은 대북 지원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안으로 밀고 가야 한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 경우는 B당의 경우에는 세부안에 대한 건전한 논쟁을 하고자 하였으나 A당은 논쟁을 피하며 급이 대전제가 맞으면 세부안도 맞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도 결론은 100% 소모적인 싸움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어제 제 블로그 글을 통해서 우리나라도 건전한 논쟁이 활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위의 너무 간단한 이치를 우리나라 정치하시는 높은 분들이 모르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논점을 흐트려 버리는 방법으로 사용 하는 것이겠죠. 사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짜증나고 화가 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조광조가 왕도정치의 큰 뜻을 가지고 있었던들 결국에는 그 꿈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사약을 받아 죽었으면, 그 게임은 진 게임입니다. 그렇기에, 그 짜증나는 상황을 슬기롭게 건전한 논쟁으로 유도 하는 것도 훌륭한 정치인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정치는 싸움을 거는 짜증나는 집단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싸움을 걸어오는 친구들을 건전한 논쟁으로 끌어오는 능력을 갖춘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건전하고 큰 뜻을 이루어 가려는 사람일 수록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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