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와 이건희
November 23, 2006 – 4:34 pm / 1,117 views최근 저는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이덕일著, 김영사)’를 읽고 있습니다. 2권으로 되어 있는데 한권은 다 읽고 2번째 책을 주문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정약용은 정조시대의 인물입니다. 영조시대 부터 정권을 장악하였으며,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았던 노론과 그들이 죽인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 정조는 노론의 지나친 힘을 균형으로 이끌고자 남인을 등용하기 시작합니다. 그 당쟁의 한가운데 남인이었던 정약용이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이야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충분히 배워서 알고 있는 내용이고, 그다지 흥미로운 내용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전 책을 읽으면서 줄 곧 갑갑한 마음이 들었던 대목이 있습니다. 똑똑한 남인들은 정조의 지지를 힘에 업고 이런 저런 맞는 이야기를 합니다. 상소의 형태든 일렬의 정책의 형태든 말입니다. 정조는 남인의 말에 귀를 기우리고, 훌륭한 정책과 논리인 경우 그들을 적극 지지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정조의 지지는 곧 노론의 타도 대상이 되버린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옳은 이야기를 하고, 옳은 정책을 펴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노론의 힘에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노론은 그를 제거해야 되는 것입니다.
제거를 하는 명분은 만들기 나름입니다. 너무 터무니 없는 것들도 힘있는 자들이 주장하면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바뀝니다. 예를 들면 영조가 사도세자의 죽음을 보면서, 너무 많은 이들이 사도세자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라고 이야기하자, 내분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사도세자 문제는 더이상 이야기 하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였겠지요. 그러나 그 한마디는 정조와 남인의 발목을 잡습니다. 정조시대에는 충분히 사도세자의 죽음을 밝히고 재평가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도세자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선왕 영조에 대한 불충이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기 시작하는 것이죠.
뿐만 아닙니다. 학문적으로는 서학, 종교적으로는 천주교를 발목잡기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서양의 학문을 받아드리고 과학 기술 을 배우려고 했던 이들도 모두 이단으로 치부 받기 시작합니다. 특히 개혁적인 성향의 남인들은 서학에 관심이 있어 서학공부를 많이 하였고 또 그 덕분에 매우 실용적인 학문에 많은 발전을 가지고 옵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순수한 의도였을 지라도 공격할 수 있는 허점이 되었던 것이지요. 결국 똑똑한 남인들은 천주학과 천주교라는 멍에를 쓰고 죽음을 당하거나 유배를 당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회사 내에서도 옳은 소리, 바른 소리를 하다가는 다른이들의 주적이 되고 맙니다. 그런 모습이 리더에게 까칠하게 느껴진다면, 리더로 부터 배척을 당할 것이고, 운 좋게 리더에게 인정을 받는 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타도해야할 대상으로 지목 되지요. 그 옳은 소리, 바른 소리에는 어떻게 잘 지내보려는 사람들이 들을 때는 아주 가시가 들어있는 말들이 대부분일 테니까요.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발목잡기’를 지적했다고 합니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 나름대로 좋은 사람을 적던 많던 둘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얼마나 실력 발휘를 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느냐가 그 조직의 성패를 가름 짓겠지요.
사람 사는 모습은 영정조 시대나 지금이나 다름 없나봅니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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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to “정조와 이건희”
반갑습니다. 올블로그를 타고 왔습니다.
영조가 사도세자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얘기는 들었으나
그것 때문에 후에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전혀 몰랐네요.
삼성 얘기는 잘 모르기에 패스하였지만,
과연 우리 사회에 영조의 말처럼 ‘언급을 피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한 번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By NoSyu on Nov 23, 2006
그렇다면 언급을 피해야 할 것은 언급을 피해야 할가요? 전 늘 그것이 고민입니다. 언급을 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 참 가리기 힘든 것 같습니다.
By Joon on Nov 23, 2006
정조와 노론의 힘겨루기에서 정조는 노론을 압도하지 못했습니다. 겨우 들고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누르고 있었다고 해야할까요? 그래도 들먹들먹 했던 시절이지요.
그때 조선의 왕은 정조가 아니라, 송시열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송시열을 위시한 노론은 지배그룹이었고 권력가였지만,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의견은 흡수하지 않은 것 뿐이지 않을까요?
즉, 나의 옳은 의견이 받아 들여지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한다면, 사실 문제는 명쾌해 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By yoda on Nov 24, 2006
만약 채제공이 사도세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영의정 자리를 사양하지 않았다면, 과연 정조가 일어서지 못했을가요? 또 남인의 수장들이 집안단속을 잘하고 노론이 분열을 부추겼다면, 과연 노론 정권이 지속 될 수 있었을까요?
송시열이 아닌 정체된 노론 지배 그룹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이 맞을 까요?
By Joon on Nov 24, 2006